세계 최초 컴퓨터, 에니악 – 디지털 문명의 시작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의 출발점에는 하나의 상징적인 컴퓨터가 존재합니다. 바로 '에니악(ENIAC)'입니다. 이 컴퓨터는 현대 사회의 정보화 흐름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적 초석이며, 전자 계산 장치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에니악은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의 약자로,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가 공동 개발한 장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의 탄도 계산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이후 과학, 산업, 국방 분야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획기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총 18,000개의 진공관, 70,000개의 저항기, 10,000개의 콘덴서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무게만 30톤이 넘고, 작동을 위해 건물 한 채의 전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수천 건의 연산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었고, 이는 기존의 기계식 계산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에니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저장장치 개념이 없어 계산 작업을 변경하려면 사람이 직접 배선과 스위치를 바꿔야 했지만, 다양한 계산 작업에 응용이 가능한 구조는 이후 범용 컴퓨터 개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비록 조작은 복잡하고 유지비용도 높았지만, 에니악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NASA의 초기 우주 개발 계산, 핵 에너지 연구, 통계 처리 등 다방면에 활용되며 실질적인 기여를 했고, 이후 등장한 컴퓨터들은 에니악의 구조적 원리를 기반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에니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전자식 뇌와도 같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은 모두 이 시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디지털 사회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에니악은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 문명 전환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만합니다.